노인증후군 in 리얼월드
어르신이 치매시라구요?
"한의사 선생님이세요? 밖에 날씨가 춥죠?"
그렇게 해서 일상적인 대화가 시작되었고, 아들딸은 몇인지 어디에 사는지 자세히 이야기하더니 "여기 치매 걸린 사람들 많이 있어요. 여간 까다롭지가 않지요..." 라는 이야기를 할 때는 짐짓 목소리를 낮추기까지 했던 것이다. 하지만이상할 것 없어 보이는 대화를 할 줄 안다고 해서 치매가 아닌 것은 아니다. 수년째 도네페질 복용중이고 문제행동이 심하다고. ("잘 때리니까 조심하세요" 라고 장기요양시설 간호사는 말했다)
바닥에 누워 있거나(aka. 인사불성) 휠체어에 앉아 반쯤 졸고 있거나 앞에 사람만 나타나면 "발, 발이 부었어!" 라고 울부짖고 계시는 분 앞에서 MMSE를 시전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는데, 최초 포괄진단 기록지에 기록은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2월에 지남력을 알아보려던 중에 "어머니 지금이 겨울이에요, 봄이에요?" 라는 질문에 "중간"이라는 현명한(?) 대답을 내놓은 분도 계셨다. 그러나 MMSE상으로는 여전히 SCI (Severe Cognitive Impairment)이다.
치매의 감별을 위해서는 표준화된 측정도구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일회성 관찰이나 측정에 그쳐서는 안 되고 여러 번, 일정 기간 이상의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지점들이었다.
한편 증상 발현시 치매와 종종 비슷해 보이지만 교란 상태가 급성적으로 시작되고 경과가 짧으며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특징인 노인의 상태가 있다. 섬망이다. 입원세팅에서 노인에게 가장 흔한 정신과적 증상/질환으로 지목되고 있다. 섬망을 보이는 노인을 치매로 과진단할 경우 불필요한 의료자원을 과용할 수 있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치매와 구분되는 섬망의 감별점
원인이 될 수 있는 신체질환이나 약물 복용력이 있음, 수시간/수일 등 단기간에 급성 발현(시작 시점이 비교적 명확), 특히 야간에 시작되거나 야간에 악화되는 것, 하루 중에도 정상이었다가 인지저하된 상태를 반복하는 것, 최근 기억에 대해서만 손상을 보이는 것 등
다만 임상에서 실제로 이 모든 것이 칼로 자르듯 뚜렷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한편 한국형 입원노인 섬망 선별도구의 평가항목은 다음과 같다: 1)지남력 장애 2)부적절한 행동 3)부적절한 의사소통 4)착각/환각 5)정신운동지연. (노인증후군 증례집. 대한노인병학회 노인증후군 연구회, 군자출판사)
장기적이고 만성적인 인지기능 저하를 뜻하는 치매와 함께 급성적이고 일과적인 손상 상태를 일컫는 섬망은 모두 "혼동(confusion)" 으로 분류될 수 있다. 노인에게서 혼동을 초래하는 장애는 3개의 영역으로 구별된다.
1. 급성질환, 약물, 환경적 요소와 관련된 급성장애 (예: 섬망)
2. 느리게 진행되는 인지기능의 손상 (대부분의 치매에서 나타나는 것)
3. 정서장애, 정신증과 관련된 손상된 인지기능
노인증후군이라는 개념으로 구슬 꿰기
섬망과 치매는 감별진단이 필요한 별개의 질환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혼동'이라는 카테고리로 엮일 수있고, 더욱 중요하게는 '노인증후군'이라는 개념에 포함된다.
노인증후군의 주요 레퍼런스를 생산하는 학자 중 하나인 Inouye는 노인증후군을 노인에서 유병률이 높고 관련 요인이 다수이며, 심각한 유병상태와 나쁜 예후를 보이는 상태로 정의했다.
노인증후군에 포함시키는 증후군의 종류는 연구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해를 위해서 흔한 노인증후군인 섬망, 치매, 실금, 낙상을 기본적으로 떠올리면 쉽다. 미국노인병학회 분과인 Education Committee Writing Group(학회 내의 교육위원회 문서제작부 정도 될까) 에서 의과대학생들이 수련받도록 권장하는 13개의 노인증후군은 치매(dementia), 부적절한 약물처방(inappropriate prescribing of medications), 실금(incontinence), 우울(depression), 섬망(delirium), 의원성문제(iatrogenic problems), 낙상(falls), 골다공증(osteoporosis), 시청각저하 등 감각문제(seonsory alterations including hearing and visual impairment), FTT(failure to thriveGeriatric Failure to Thrive - American Family Physician (aafp.org)), 부동과 보행장애(immobility and gait disturbances), 욕창(pressure ulcers), and 수면장애(sleep disorders) 포함하고 있다. 한편, 한국, 일본,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폴, 홍콩, 필리핀, 인도, 호주 등 10개 국가의 전문의 설문조사 결과 10개국 모두에서 노인증후군으로 인정한 항목은 치매, 실금, 섬망, 낙상이었다. 10개국 중 9개국에서 노인증후군으로 인정한 항목은 우울, 청각장애, 시각장애, 거동장애, 보행장애, 압창, 근감소증, 영양실조였다고 한다.
노인증후군을 보다 잘 개념화한 다음의 프레임을 살펴보자.
일반적인 용어로서 '질병(disease)', '증후군(syndrome)' 그리고 '노인증후군'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병인과 발병 기전이 알려져 있으며 증상 발현도 대부분 알려져 있지만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인 질병이고, 병인과 발병 기전이 확립되어 있지 않거나 둘 중 하나만 확립되어 있으며 미리 정의된 여러 개의 증상들의 세트를 가진 것이 각각의 신드롬이다. 노인증후군은 개별 증후군들의 합산을 이르는 개념이다. 병인과 발병 기전 중 최소 한 가지는 확립되지 않은 여러 개의 신드롬들이 어떤 통합된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manifestation의 예가 바로 '인지 저하' 또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함', '잘 굴러 떨어짐' '쇠약' 등이다.
위의 프레임을 사용하면 섬망, 치매, 실금, 낙상이라는 개별 증후군이 공통적으로 Poor outcomes, 즉 원치 않는 결과에 대한 요인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연구에서 변수를 구성할 때 특히 유용한 그림이다.
노인증후군은 임상,연구,행정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통합적이고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용한 개념이다. 각론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노인증후군이라는 개념이 있건 없건 낙상 환자를 '처치'하는 방법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낙상을 예방하고, 낙상의 경과를 재평가하고, 이러한 술기가 어떻게 보상 받으며, 의료인이 누구와 협력해서 환자를 돌보게 되는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노인증후군이라는 개념에서 비롯된 기준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시 임상으로 돌아오면, 노인증후군의 치료전략으로는 우선 가능하면 노인 환자에게서 항상 노인증후군을 진단 및 평가(CGA)하고, 원인제거 및 개선, 합병증 치료, 운동, 영양, 심리, 사회적지지, 약물복용 상태 개선 등의 넓은 영역에서 충실히 치료하는 두 단계가 이야기된다. CGA는 의학적 평가뿐 아니라 기능평가와 사회적 평가를 포함해 노인건강의 전반적인 상태를 평가하는 목적이다. 일개 연구의 방법을 살펴보면 CGA는 한 개의 측정도구가 아니라 여러 개의 측정도구를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원하는 항목을 측정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에 사용된 노인포괄평가는 Lachs의 노인기능 선별평가를 기본으로 인지기능 평가는 한국형 간이인지기능검사(Korea minimental state examination, K-MMSE), 우울증 평가는 노인우울평가(geriatric depression scale, GDS), 일상생활기능평가로 한국형 일상생활 수행능력평가(Korea-activities of daily living, K-ADL) 와 한국형 도구적 일상생활 수행능력평가(Korea-instrumental activities of daily living, K-IADL)를 시행하였다. 그 외에 신체기능평가는 시력(글씨를 읽어보도록 함), 청력(머리카락 비비는 소리를 양측 귀에 들려줌), 상지 기능(grip strength), 하지 기능(get up & go, 일어나서 3미터 걷기) 그리고 요실금 평가(증상에 대한 설문)를 시행하였다. 또한 Rudolph 기능평가에서 강조되었던 신체활동 정도(International Physical Activity Questionnaires, IPAQ) 를 포함한 노쇠(frailty), 낙상(지난 6개월 간 낙상을 경험한 횟수 설문) 평가를 시행하였고 영양평가는 간이 영양 평가(Mini nutritional assessment, MNA)를 활용하였다." (노인포괄평가를 이용한 노인 기능평가)
또 다른 노인증후군으로서 실금을 살펴보자.
임상 경험이 없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실금" 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고 "요실금"정도로만 이해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노인증후군의 실금은 소변실금과 대변실금을 포괄하여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여성 요실금에 관한 연구가 가장 흔하고 대변실금에 관한 연구는 샘플수가 작고 연구의 숫자도 부족하다.
실금이라는 틀이 유용한 이유는 대소변 처리를 혼자서 하지 못한다는 것이 의존성을 크게 심화시키고 추가적인 노인 요양비용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되는 순간, 보호자는 시설 입소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을 희망하는 보호자 진술서에서 실제로 종종 보이는 내용은 "아들딸이 멀리 있고... 최근에는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게 되셔서... 집에 혼자... 수발할 사람이 없어..." 등의 표현을 포함한다). 실금은 기능저하의 결과이면서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예방이나 초기 중재가 중요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실금은 ADL저하, 인지기능 저하, 우울의 관련요인 또는 예측인자이다.
노인 요실금의 경우, 다음의 내용은 노인에게서 발생하는 요실금이 배뇨근의 약화,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계 퇴행성 질환의 진행에 따른 병발, 방광 및 배뇨근의 문제가 없지만 인지기능 저하에 따른 대소변 배설 인지의 문제를 상기시키며, 실금환자에게 서둘러 도뇨관이나 기저귀를 채우는 대신 의료진이 우선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가역적인'원인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노인요실금은 일반 요실금과는 병리기전, 진단, 치료에 있어 많은 차이가 있다. 요자제를 위해서는 적절한 하부요로 기능과 함께 정신기능, 신체기능, 삶의 동기, 움직임의 원활함 등 여러 요인들이 관여하므로 치료에 해당 요인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유치도뇨관을 하고 있는 시설 입소자의 수를 적정비율 이하로 유지시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노인요양시설 질 평가기준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여러 요인들이 낙상을 일으킨다.
낙상은 사고 아닌가? - 반복되는 낙상을 호소하는 노인은 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단지 운이 나빴을 뿐이니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까? 최근의 사례에서는 낙상이 반복되는 환경에서 지속적인 요양인력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인정되었다.
노인증후군에서 낙상의 처치만큼이나 관심을 갖는 부분은 예방이다. 낙상 예방 프로그램에서 예방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 너머에 있는 것들이다. 즉, 노인 낙상의 결과 각종 손상과 골절, 입원시 신체 부동에 의한 합병증, 병원성 질환의 위험, 두려움과 정서적 문제, 장기요양 시설입소 또는 사망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 낙상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기여하고 있다.
내적 요인
내과적 질병과 정신의학적 질병
시청각 장애
노화에 의한 신경근 기능, 보행, 자세반사의 변화
외적 요인
약물 복용
부적절한 약물처방 또는 부적절한 보행 보조기
침대나 가구의 위치 등 환경적인 위험
낙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약물에는 이뇨제(저혈량), 항고혈압약(저혈압), 삼환계 항우울제(기립성 저혈압), 진정제(과다 진정), 향정신약물(진정, 근강직, 기립성 저혈압), 혈당하강제(급격한 저혈당), 알코올(중독) 등이 포함된다. 특히 삼환계 항우울제는 낙상과 고관절 골절을 증가시킨다.
낙상은 일정기간 또는 항구적인 부동(immobility)을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되지만, 다른 질환들이 노인에게서 점진적으로 움직임의 자유를 빼앗아 간다. 흔한 예가 만성통증, 관절염, 골다공증, 고관절골절, 파킨슨질환, 뇌졸중및 후유증이다.다. 그러므로 만성통증 환자를 관리할 때는 환자의 움직임이 일상생활 속에서 전반적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추가적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 꼭 살펴봐야 할 부분은 욕창인데, 욕창관리, 재활, 운동은 노인 요양시설에서 더욱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다.
다약제복용(polypharmacy)도 노인증후군일까
약물을 몇 가지나 복용해야 다약제복용이라고 할까? 이 부분은 연구마다 정의가 다르지만 다약제의 기준을 비교적 낮게 잡은 연구에서는 '1일 5개 이상의 서로 다른 종류의 약을 복용하는 경우' 로 하고 있다.
치료 범위(치료목적의 약품의 용량과 해로운 용량 사이의 경계)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이러한 변화는 약을 신진대사시키는 능력, 수용체의 행동의 변화, 다른 약물 복용에 의해 생긴 화학적 환경변화 등이 그 이유다. 한 예로, 노인은 정상적 용량에서 혈압이 높아질 수 있으며, 반대로 너무 낮아질 수도 있다.
지역사회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참조하면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노인 중 약 20%가 문제요소를 갖고 있는데, 잠재적인 약물-질병 상호작용과 지나치게 오랜 기간 복용하는 등의 문제점이다. 또 다른 조사결과로는 20%이상의 노인들이 전문가에 의해 해당 연령대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정된 약물(ex.혈전용해제)을 복용하고 있었다. 낙상 부분에서도 살펴보았지만 다약제복용의 결과 낙상, 부동, 신체기능저하, 인지저하, 입원 등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어, 다약제복용 자체를 노인증후군의 하나로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약제복용은 노인증후군의 위험요인으로 보는 연구도 많다. 나는 후자가 맞을 것 같다.
다약제복용만으로도 대퇴골 골절이 증가하고 원인에 상관없이 입원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보고될 정도로.. 동반질환이 기본적으로 다수이므로 각각 질환에 따라 기존 진료지침에 따라 치료를 진행하다보면 다약물복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서술도 있다. 하지만 약물의 무분별한 추가가 부적절한 약물처방으로 개념화되고 지양해야 할 임상패턴이 되고 있는 현실 또한 분명하다.
우울증이 노인에게서 흔한 질환이 되면서,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경우는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만성통증 치료를 하러 찾아온 노인이 우울증 복약력을 말하지만 일차의료 외래에 찾아온 노인이 다른 증상의 치료가 어려울 정도로 우울해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우울을 주소로 한의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흔치 않다. 노인의 우울은 우회적으로 불면증이나 두근거림, 불안증을 호소할 때 치료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울이 있는 노인의 관리 중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우울이 악화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특히 자주 일차의료 외래를 찾는 노인에게서 우울이 심화되는 소견이 있을 경우 적
예방: 의인성증(iatrogenesis)와 침상안정 상태를 중심으로
노인환자에게 나타나는 위험/이득 비율은 젊은 환자와는 다르다.
-예방적 조치는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차적 차원의 예방활동은 환자들이 질병에 대해 좀 더 저항력을 가질 수 있고, 환자 주위의 위해한 환경을 줄이기 위한 일련의 활동들이다. (예방접종, 금연과 운동 권고 등), 2차적 차원은 자각증상이 없는 질병이나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팝스미어, 유방조영술, 각종 검진) 3차적 차원은 이후의 합병증을 피하기 위해 치료를 더욱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재활, 간호, 증상 개선 등)
다른 병원이나 요양원으로부터 옮겨와 입원했을 때, 입원시 포괄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연령이 높고 복용 약물의 가지수가 많고 입원기간이 긴 것은 의인성증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침상안정 노인에게 나타날 수 있는 잠재적 합병증은 욕창, 골 재흡수, 고칼륭혈증, 체위성 저혈압, 무기폐 및 폐렴, 혈관정맥염 및 혈전색전증, 요실금, 변비, 분변매복, 근력저하, 신체기능저하, 우울증 및 정서불안이 있다.